[야한 리뷰] 라지퐁퐁
1999년 11월 26일에 발매된 오버플로의 데뷔작입니다.
야겜을 좋아하지만 모든 소재를 커버할 수 있을 정도로 너그러운 취향은 아니다. 대표적인 기피 장르는 수간물과 인체 개조물, 그리고 임신물이다. 종을 초월한 교미를 봤을 때는 흥분 보다는 구역질이 먼저 나오고 고어에 가까운 몸뚱이 조각 모음이 나오면 망설임 없이 창을 닫는다. 그리고 생명가지고 장난치는 걸 싫어해 좋아하는 원화가가 그렸어도 임신물이라는 딱지가 붙으면 여간해서는 잡지 않는다. 이런 내가 오래 전에 플레이한 임신물이 하나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데이즈 시리즈로 유명한 오버플로의 데뷔작 라지퐁퐁(らーじPONPON; 1999년 11월 26일 발매)이다.
야겜이지만 초반은 건전할거란 생각으로 뒤에 누가 있는지 안 살피는 사람은 주의하기 바란다. 이 물건은 시작하지마자 적나라한 앵글의 삽입 장면이 튀어나오니까. 게임의 프롤로그는 이노우 아유무와 와시노 루리카의 화끈한 굿바이 섹스다. 연인 사이인 둘은 사랑 대신 일을 택한 루리카의 해외 근무를 앞두고 마지막으로 거사를 치루는 중이다. 이별의 아쉬움과 삽입의 쾌감이 교차되면서 둘의 격렬한 박음질은 절정으로 치닫고 마지막 떨림은 질내사정으로 끝을 맺는다. 그러면서 이어지는 루리카의 쓸쓸한 한마디. "안녕..."
하지만 이 안녕은 작은 생명이 되어 돌아온다. 임신했다는 기쁨에 해외 근무를 포기하고 아유무에게 달려온 루리카. 하지만 당황한 아유무는 연인의 기대만큼 기뻐하지 않았고 이런 시원찮은 반응에 화가 난 루리카는 그대로 짐을 싸들고 산부인과에 입원해 버린다. 이런 둘 사이에 아유무의 소꼽친구 간호사와 루리카의 여동생까지 끼어들면서 야겜에서 흔한 주인공의 히로인 장막이 완성된다. 색다른 느낌의 도입부를 본편이 제대로 바톤터치를 해주지 못해 아쉽긴 했지만 첫 작품이란 걸 감안하면 그리 나쁘지 않았다.
게임은 플레이어에게 히로운 공략의 무기로 장소 이동과 대화문 선택을 제공한다. 히로인이 좋아할만한 장소에 매일 발도장 찍고 적당한 대화문으로 웃는 얼굴만 끌어내면 공략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더구나 소꼽친구 유카리가 히로인들의 호감도까지 관리해주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그런데 자기가 자기 호감도를 관리하고 싶을까?) 한마디로 게임은 무척 쉽다는 뜻. 난이도 조절을 위해 제작사는 랜덤 이벤트 카드를 쓰긴 했지만 하루 스케줄이 넉넉한 편이라 여간해서는 이벤트를 놓치지 않는다. 게임 내내 병원 옥상만 클릭하면 모를까.
전체적으로 평이한 시스템이지만 눈에 띄는게 하나 있다. 바로 나같이 배 나온 임산부를 곤란해 하는 유저들을 위한 PONPON 모드. 옵션 화면에서 이 모드를 선택하면 나온 배가 사라진다. 아이까지 사리지는게 아니니 생명 경시 게임이라고 욕하지 말기를. 공략 대상에 임산부가 둘이나 껴 있어 잘못하면 거북한 에로씬을 봐야 하는데 이 모드 덕분에 별 거부감 없이 넘길 수 있었다. 니네 이 정도로 유저들 배려할 줄 알면서 스쿨데이즈의 그 어이없는 스킵 시스템은 뭐냐?
마브러브 전담으로 이미지가 고정되어 버린 원화가 Bou의 뾰족 머리들의 처음 등장했던 게임이기도 하다. 데뷔작이지만 동인 경력이 꽤 있어 물건 세우기에는 부족함이 없으니 원화는 걱정 안 해도 된다. 임신물을 싫어하는 나도 원화 때문에 올클했으니 말이야. 더구나 원화쪽으로는 보너스가 하나 더 있다.
박음직한 미소녀 잘 뽑기로 유명한 니시다(西E田)의 첫 야겜 원화작이라는 말씀. 메인은 Bou가 담당했지만 중간에 조교 핸드북이 하나 나오는데 이걸 니시다가 그렸다. 스토리와 별 상관 없는 잡지 일러스트를 위해 다른 원화가까지 동원한 제작사의 열의가 대단하긴 한데 그렇다고 게임성이 높아진 건 아니니 그냥 두 유명 원화가가 같은 작품을 한 적이 있구나 정도만 기억하기 바란다. 최근의 섹스러움과는 거리가 멀어 아쉽긴 하지만....
임신물이라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론 즐거운 만남이었다. 생각해 보니 주인공인 이노우 아유무. 초반의 인상과는 달리 아버지가 되는걸 그렇게 싫어하지 않았던 것 같네. 저렇게 많은 아이의 아버지가 되는 엔딩도 있으니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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