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넷 이야기
에로게 브랜드 크로스넷에 관한 이런저런 이야기입니다.
라이트스터프(Right Stuff)라는 제작사를 기억하는 분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PC엔진 시절 에메랄드 드래곤, 아루남의 이빨로 제법 알려진 곳인데, PS로도 몇 타이틀을 발매했지만 이렇다할 히트작이 없어 1999년 해산했습니다. 같은 해, 개발 스탭 일부가 독립해 회사를 차렸는데 이때부터는 콘솔 게임이 아닌 성인용 게임을 만들기 시작했고 1999년 9월 1일 파이브카드라는 데뷔작을 내놨습니다. 여기가 바로 그녀x그녀x그녀(彼女×彼女×彼女), 미소녀만화경(美少女万華鏡) 시리즈로 유명한 오메가스타의 모 브랜드인 크로스넷(CROSSNET)입니다.
크로스넷은 데뷔작만 내놓고 아프리콧(ApRicoT), 페이버릿(Favorite), 크로스넷 파이(Crossnet-Pie), 오메가스타(ωstar)와 같은 서브 브랜드로만 활동하다 2009년 5월 돌연 공식 사이트를 폐쇄했습니다. 당시 회사 사정으로 사이트를 폐쇄한다는 공지만 올리고 사업 철수나 고객 지원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이 없어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습니다. 이후 서브 브랜드들이 독립적으로 활동하다 하나씩 문을 닫았고 지금은 유명 일러스트레이터 시다 가츠히로(司田カズヒロ)가 소속되어 있는 페이버릿과 핫포비 진(八宝備仁)이 원화를 도맡고 있는 오메가스타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아프리콧은 메이플 컬러(Maple Colors) 시리즈, 크로스넷 파이는 보잉(Boin) 시리즈로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신작은 커녕 굿즈 안 나온지도 10년이 넘었으니 브랜드 활동을 종료했다고 봐야겠죠. (이쪽 업계가 으례 그렇듯이 활동 종료 공지 같은 건 안 했습니다.)
이쪽 브랜드들은 게임을 자주 내지는 않았지만 각 브랜드별로 평가가 좋았던 시리즈가 몇 개 있었습니다. 지금부터 이 중에서 보잉, 그녀x그녀x그녀, 미소녀만화경 시리즈를 소개해 보겠습니다. 장르는 다르지만 각 시리즈는 거유 미소녀를 '매우' 잘 뽑아내는 핫포비 진이 원화를 그렸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ボイン
모 브랜드(CROSSNET)와 이름이 비슷한 크로스넷 파이(Crossnet-Pie)가 유일하게 발매된 시리즈입니다. 닥딸게의 거장인 핫포비진의 이름을 본격적으로 알린 게임인데 핫포비 진은 여기서 원화뿐만 아니라 게임 기획까지 담당했습니다. 우선 보잉이 무슨 뜻인지 간단히 소개해 보겠습니다.
보잉(ボイン; boin)은 여성의 큰 가슴을 가리키는 은어입니다. 크지만 폭유처럼 부담스럽지 않고 파이즈리 같은 유사 성행위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크기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 60년대 말 재즈 평론가이자 방송작가인 오오하시 쿄센(大橋巨泉)이 심야방송에 출연해 당시 유명 여배우 아사오카 유키지(朝丘雪路)를 '보잉짱'으로 부른 데서 유래되었다고 하며 80년대까지 널리 통용되며 슬픈 보잉이라는 유행가가 인기를 얻기도 했고, 큰 가슴을 사랑하는 일본 보잉 협회(줄여서 NBA(Nippon Boin Association)이며 로고도 어느 스포츠 단체와 비슷함)라는 단체가 생기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성인물 제목에서나 볼 수 있는 죽은 단어지만 참고로 알아두세요. :)
보잉 시리즈는 2004년부터 2011년까지 총 세 편이 발매되었으며, 아래 각 타이틀을 클릭하면 자세한 정보를 볼 수 있습니다.
・boin
・리조트 BOIN
・Boin super pack
彼女×彼女×彼女
오컬틱 관능 ADV 미소녀 만화경 시리즈로 유명한 오메가스타(ωstar)의 데뷔작으로 게임성보다는 딸딸이 도우미로서의 역할이 더 강조된 일명 누키게(抜きゲー)를 논할 때 빠지지 않은 명작 타이틀입니다. 에로게 시장을 대표하는 원화가 중 한 명인 핫포비 진과 BLACK Cyc에서 활동했던 유명 시나리오 라이터 이즈미 반야(和泉万夜; 주요 작품은 MinDeaD BlooD, EXTRAVAGANZA)가 참여해 화제를 모은 작품인데 라이터의 유명세에 비해 스토리텔링이 살짝 아쉽긴 했지만 몇 번을 쳐도 지치지 않고 세워주는 핫포비 진의 가공할 원화 덕분에 국내에서도 꽤나 각광을 받았던 디지털 딸감입니다. :)
그녀x그녀x그녀 시리즈는 2008년부터 2009년까지 총 세 편이 발매되었으며, 아래 각 타이틀을 클릭하면 자세한 정보를 볼 수 있습니다.
・세 자매와의 두근두근 공동생활
・두근두근 풀스로틀
・두근두근 Pack!
美少女万華鏡
페이버릿과 함께 지금도 활동 중인 오메가스타는 2008년 전설의 누키게 그녀x그녀x그녀를 발매해 큰 인기를 누렸지만 2009년 중반부터 2011년까지 2년 넘게 아무 활동도 하지 않아 해산하게 아니냐는 소문까지 돌았습니다. 다행히 2011년말 미소녀만화경이라는 오컬틱 관능 어드벤쳐 게임으로 복귀했죠. 이 작품은 시리즈화되어 총 여섯 타이틀이 발매되었으며 저가임에도 불구하고 핫포비 진의 미려한 원화, 잘 움직이는 틱 애니메이션, 수준급의 스토리텔링으로 큰 인기를 끌어 있습니다.
이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은 이야기 속에 이야기가 들어 있는 액자식 구성을 취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도입부가 있고 그것과는 전혀 다른 본편이 이어지는 형식입니다. 도입부를 짧게 소개해보면, 미스테리와 괴담을 좋아하는 호러물 작가 후카미 나츠히코가 취재차 시골에 갔다 근처 온천 여관에 묵게 됩니다. 그리고 그 여관에서 신비로운 느낌의 미소녀 렌게를 만납니다. 종업원에게 물어봐도 여관에 그런 소녀는 없다는 대답에 의아했는데, 다시 나타난 렌게는 후카미에게 만화경을 내밉니다. 요염하고 아름다운 세계, 봐서는 안 될 이 세계를 들여다 볼 용기가 있나면서...
각 타이틀의 내용이 바로 이 만화경 속에서 펼쳐지는 환상입니다. 흡혈귀 소녀와 사랑을 나누고, 헤어진 소꼽친구와 아련하면서도 섬뜩한 경험을 하기도 합니다. 인류가 몰락한 먼 미래 모습이 보이기도 하고, 현실로 돌아와 여관 종업원과 애인의 끈적한 섹스를 훔쳐보기도 합니다. 위에서 소개한 공통 스토리 빼고는 각 타이틀의 배경, 주요 인물이 모두 다릅니다. 제작사가 소개한 장르대로 오컬틱한 소재에 관능적인 에로씬, 평균 이상의 스토리가 더해져 야한 원화만으로 어필하는 싸구려 누키게와는 격을 달리하는 퀄리티는 보여줍니다. 생각없이 싸고 싶으면 야한 H씬만 보면 되고 스토리는 스토리대로 괜찮게 쓴 성인용 라이트노벨에 준하는 만족감을 주더군요. 개인적으로 가격대 성능비가 상당했던 시리즈.
미소녀 만화경 시리즈는 2011년부터 2020년까지 총 여섯 편이 발매되었으며, 아래 각 타이틀을 클릭하면 자세한 정보를 볼 수 있습니다.
・저주 받은 전설의 소녀
・물망초와 영원의 소녀
・예전에 소녀였던 너에게
・신께서 내려주신 소녀들
・죄와 벌의 소녀
・이리와 미궁의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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