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실키즈 이야기
90년대 야겜 시장을 주름 잡았던 실키즈 1기 이야기입니다.
1992년 48가지 밤 이야기(48夜物語)로 에로게 시장에 뛰어든 실키즈(シルキーズ)는 당시 드래곤 나이트3와 동급생으로 인기 절정이었던 업계 메이저 엘프가 다른 분위기의 에로게를 만들기 위해 설립한 자매 브랜드입니다. (이쪽 업계에선 흔한 브랜드 쪼개기) 이후 1996년 1차 활동을 접을 때까지 엘프는 업계의 트랜드를 선도하는 대작 위주의 게임을 내놓고 실키즈는 다양한 소재의 커맨드 선택형 어드벤쳐 게임을 발매했습니다. 여기서 눈여겨 봐야 할 것은 5년 동안 발매한 게임 수. 1996년 비욘드(ビ・ヨンド)를 끝으로 휴식기에 들어갈 때까지 제작한 게임 수가 무려 20개입니다. 3개월마다 게임을 하나씩 내놓은 셈인데 이정도 페이스라면 게임 퀄리티를 논할 수준이 아닐 정도의 디지털 일러스트집을 찍어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작품 목록을 보면 의외로 대부분 평작 이상, 일부는 조금 다른 의미지만 수작 소리를 듣는 게임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수작들은 XT와 AT 시절 이 땅의 순진한 게이머들을 이쪽으로 인도한 게이트웨이 역할을 했었지요.
주인장은 MSX2로 에로게를 처음 해봤지만(아리스소프트의 D.P.S. 시리즈) 이쪽의 단골 소재인 능욕, 뭐시기덮밥, 촉수 등의 하드한 것들은 실키즈 게임에서 처음 접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당시 에로게 제작사들의 대부분은 PC-9801에 주력하고 있던 터라 IBM-PC로 할 수 있었던 놈들은 DOS/V 버전을 꼬박꼬박 챙겨주었던 실키즈 게임들뿐이었으니까요. (더구나 3개월에 하나씩 내 주었으니)
그런 특별한 의미가 있는 관계로 1기 때의 실키즈 게임들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아래 목록을 보면서 예전 추억에 잠겨 보시길. (주인장도 포스팅 자료 정리하다 옛날 생각 많이 했습니다.)
48夜物語 - 1992년 8월 21일 발매
실키즈의 기념비적인 데뷔작으로 게임이라기보단 48명의 미소녀들이 등장해 48가지 다양한 체위를 보여주는 디지털 일러스트집입니다. 개인적으로 전영소녀의 아이와 비슷한 외모의 캐릭터가 나와 기억에 남네요. 당시 이름을 날리던 원화가들이 많이 참여했다고 하던데 관련 정보가 없어 정확한 목록을 만들 수는 없었지만 그림체는 보니 짐작가는 사람들이 몇 명 있었습니다. 나중에 기회되면 정리해 보겠습니다.
PREMIUM - 1992년 9월 17일 발매
분기가 없는 4개의 옴니버스 스토리로 구성되어 있으며 게임 내용보다는 유명 애니메이터들이 원화를 맡아 화제가 되었던 작품입니다. (물론 원화 스텝은 비공개) 이벤트 그래픽을 죽 확인해보니 아이돌 방위대 허밍버드의 작화 감독 야나기사와 마사히데(柳沢まさひで)와 마크로스7의 캐릭터 디자이너 카츠라 켄이치로(桂憲一郎)도 참여한 것 같더군요.
イクイクパッ君 - 1992년 11월 20일 발매
세로로 길게 스크롤되는 미소녀들의 특정 부위를 클릭해 다음 장면으로 진행하는 단순한 방식의 게임입니다. 공략 대상이 24명이나 되는데 관련 스토리가 전혀 없고 오로지 클릭에만 의존하는 시스템이 특이했던 작품.
PREMIUM II - 1993년 1월 28일 발매
1992년에 발매된 PREMIUM의 속편으로 시스템은 전작과 동일하며 이번작도 분기가 없는 4개의 옴니버스 스토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속편이면서도 전작보다 원화 수준이 떨어져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습니다.
MARINE BUSTER - 1993년 3월 18일 발매
제목 그대로 전함과 잠수함을 배치해 전투를 벌이고 배틀쉽 스타일의 게임입니다. 이기면 상대했던 미소녀들의 벗은 모습을 볼 수 있는 보너스가 주어지지요. 게임 자체보다는 판치라 애니메이션의 대가 야마우치 노리야스(山内則康)가 원화를 맡아 더 기억에 남았습니다.
Oh!Pai - 1993년 6월 25일 발매
미소녀를 상대해 옷을 벗기는 탈의 마작 게임인데 패가 이상하게 변형되어 쓸데없이 난이도가 높은게 에러. 1기 실키즈 게임 중에선 캐릭터 디자인과 원화가 가장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CRESCENT - 1993년 10월 21일 발매
1992년작 PREMIUM, 1993년작 PREMIUM II의 뒤를 잇는 옴니버스식 어드벤쳐 게임입니다. 원래 PREMIUM III로 개발하던 게임이라 분기가 없는 일직선 스토리와 심플한 인터페이스 등은 전작들과 거의 흡사하죠. 제목만 바뀐거라고 보시면 됩니다.
河原崎家の一族 - 1993년 12월 22일 발매
이 게임으로 이쪽 입문하신 분 많죠? 1기 실키즈의 대표작 중 하나이며 원화가로서 요코타 마모루(横田守)의 이름을 널리 알린 작품입니다. 고액의 급료에 끌려 대저택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주인공이 저택에 머물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를 다룬 멀티 시나리오/엔딩 어드벤쳐 게임으로 저택 사람들의 유혹에 넘어가느냐, 넘어가지 않고 저택의 비밀을 밝히느냐에 따라 다양한 분기와 엔딩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멀티 시나리오 게임의 원조라는 소리도 있는데, 5개월전에 발매된 페어리테일의 문제작 사오리에서 이미 비슷한 시스템이 사용되었습니다. (멀티 엔딩의 경우 1985년에 발매된 천사들의 오후 3편이 원조) 너무 유명했던 타이틀이라 그런지 멀티 시나리오하면 이 게임을 먼저 떠올리시더군요. 아울러 DOS/V 초기 한패까지 나와 많은 게이머들을 이쪽 세계로 이끈 장본인이기도 하죠.
REIRA - 1994년 4월 28일 발매
성욕 처리용 안드로이드가 등장하는 SF물로 카와라자키가의 일족 시스템을 그대로 채용하고 있지만 사이버펑크 분위기를 나름대로 잘 살린 시나리오와 연출 등은 괜찮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野々村病院の人々 - 1994년 6월 30일 발매
카와라자키가의 일족과 함께 실키즈의 초기 명작이라는 평가를 받는 추리 어드벤쳐 게임으로 동급생 시리즈로 유명한 엘프의 전 대표 히루타 마사토가 기획과 시나리오를 맡았습니다. 카와라자키가의 일족이 히트친 후 제작진 중 일부가 이런 시스템과 분위기에 스토리성을 얹으면 더 좋은 작품이 나올 것 같다는 제안을 했고 히루타 마사토는 이를 반영해 에로쪽보다는 추리물 본연의 긴장감과 반전에 상당히 신경을 썼다고 합니다. 덕분에 이브 버스트 에러 정도는 아니지만 고전 추리물로는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은 작품이 하나 탄생했지요. 주인장으로 하여금 병원물에 재미에 눈을 뜨게 한 게임. (노노무라 마스터 기억하시면 공감할 겁니다.)
愛姉妹 - 1994년 9월 30일 발매
이 작품 역시 이쪽 입문작을 얘기할 때 꼭 등장하죠. 가벼운 접촉 사고를 빌미로 젊은 유부녀, 고등학생인 두 딸, 아버지 비서까지 남김없이 농락하던 주인공의 놀라운 능력을 소재로한 극한의 능욕물로 이벤트 CG의 99.9%가 다양한 체위의 에로씬으로 이루어져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스페이스 어드벤처 게임의 한계를 극복한 기념비적인 작품이기도 합니다. 90년대 초반 게임인데도 불구하고 모녀덮밥, 자매덮밥까지 구현해서 이쪽 게임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준 게임이기도 하지요. (너무했나?) 아무튼 이 게임은 새로운 세기가 시작되는 2000년 봄에 모회사격인 엘프에서 리메이크되기도 했습니다. (캐릭터 디자이너가 무려 타케이 마사키)
バースデイズ - 1994년 11월 30일 발매
다음 생일까지 애인을 만들기로 결심한 주인공의 연애담을 그린 어드벤쳐 게임인데 평범한 설정과는 달리 랜덤 이벤트라는 특이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생일까지 애인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므로 주인공 생일날이 게임의 엔딩이 되고 생일날 호감도가 높아 에로씬이 발생하면 굿엔딩, 없으면 쓸쓸한 솔로 엔딩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즉, 각 히로인마다 에로씬이 달랑 하나라는 소리지요. 애자매 만든 회사에서 이런 게임이 나왔다는게 오히려 신기할 정도.
失われた楽園 - 1995년 4월 14일 발매
스크롤되는 이벤트 그래픽이 인상적이었던 어드벤쳐 게임으로 1기 실키즈 게임 중 유일한 촉수물입니다. 다소 칙칙한 채색 방식이 오히려 어두운 게임 분위기를 잘 살려줬지요. 캐릭터보다는 세밀한 배경이 더 기억에 남았던 작품이었습니다.
恋姫~Mystic Princes~ - 1995년 5월 26일 발매
일본 설화에 등장하는 영물의 현신인 소녀들과의 신비로운 사랑 이야기를 다룬 이국적인 분위기의 어드벤쳐 게임입니다. 세로 쓰기 방식의 인터페이스와 후반에 결투 이벤트 등 특이한 부분이 많은 작품이었는데 귀에 쏙 들어오는 배경 음악과 정감있는 그래픽은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후에 리프에서 코믹파티, 칭송받는 자 등으로 유명해진 시나리오 라이터 스가 무네미츠(菅宗光)의 데뷔작이라 더 기억에 남네요.
メビウスロイド - 1995년 6월 30일 발매
소재가 상당히 독특했던 게임이었죠. 자신의 생명 중 남은 기간을 역산해 그 기간 동안 미소녀를 대여해주는 렌탈점이 등장하는 어드벤쳐 게임으로 설정에 비해 스토리는 평범했습니다. 인터페이스와 그래픽 다듬어 리메이크 해줬으면 좋겠네요.
Figure~奪われた放課後~ - 1995년 9월 29일 발매
대학 졸업 후 빈둥빈둥 노는 주인공이 학원 강사로 취직해 AV 배우가 될 만한 재목을 발굴한다는 것이 주된 스토리 라인으로 메비우스 로이드부터 시작된 스토리 품질 저하가 심화된 게임이었습니다. 에로씬 대사가 상당히 자극적이었던 것만 기억에 남네요.
JACK~背徳の女神~ - 1995년 11월 30일 발매
REIRA와 비슷한 분위기의 SF물이지만 주인공이 탐정이라 게임 내에서 밀실 살인과 같은 여러 사건을 해결하기도 합니다. 히로인이 11명이나 등장하지만 맘에 들었던 캐릭터가 하나도 없었던 희안한 게임으로 90년대 활동했던 성인만화가 후지 산고(富士参號)가 원화를 담당했습니다.
フェルミオン~未来からの訪問者~ - 1995년 12월 22일 발매
소재는 칸노 히로유키의 명작 데자이어와 비슷하지만 게임성은 천지차이였던 작품. 남자가 하나도 안나오는 레즈물이니 이쪽에 거부감 있으신 분들의 주의하세요. 메비우스 로이드, Figure와 함께 1기 실키즈 게임 중 평가가 가장 안좋았던 작품.
バレンタイン・キッス~バースデイズ2~ - 1996년 2월 9일 발매
1994년에 발매된 버스데이의 속편입니다. 지금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성인만화가 유우키(悠宇樹)가 원화를 맡아 더 기억에 남네요. 특이한 랜덤 이벤트 시스템은 건재했지만 공략 히로인 수가 줄고 이벤트도 다양하지 않아 전작만큼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습니다.
ビ・ヨンド~黒大将に見られてる~ - 1996년 8월 30일 발매
1기 실키즈의 마지막 작품으로 초기에 칸노 히로유키와 호흡을 맞추었던 원화가 타지마 나오(田島直)가 원화를, 연희로 어느 정도 인지도를 쌓은 스가 무네미츠(菅宗光)가 시나리오를 담당했습니다. 시장에서의 평가가 괜찮았는지 모기업인 엘프가 2000년에 리메이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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