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pstick Advanture EX
1999년 4월 23일에 발매된 페어리테일의 추리 어드벤쳐 게임입니다.
F&C 소속 페어리테일에서 1999년 4월 23일에 발매한 추리 어드벤쳐 게임 Lipstick Advanture EX 감상입니다. 장르상으로는 시즈웨어의 걸작 이브 버스트 에러와 비슷하지만 게임의 분위기는 많이 다릅니다. 이브 버스트 에러가 본격 추리물이라면 이 게임은 소프트한 분위기(후반부는 제외)의 학원물에 추리 요소를 섞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연애물과 추리물을 나름대로 묶어보려는 시도였던거 같은데 개인적으로는 어중간한 조합이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대강의 스토리는 이렇습니다. 탐정 클럽을 운영하는 여고생 히타카 코우메는 학교에 치한이 숨어들었다는 소문을 듣고 조사를 시작합니다. 클럽 고문인 사립 탐정 이치조 메구미의 도움으로 조사를 계속하던 중 치한 관련 사건에 계속 부딪치게 되고 급기하는 동급생이 살해되는 사건까지 겪게 됩니다. 그리고 클럽 회원과 메구미의 활약으로 얽혀진 이 사건을 해결한다는 것이 주된 스토리 라인입니다. 추리물 스토리로는 나쁘지 않았지만 단순 치한 사건이 살인, 테러로 이어지는 전개 과정은 별로 매끄럽지 못합니다. 후반에 스케일이 갑자기 커지는 바람에 스토리 전개가 산만해졌고 급조된 결말이라는 인상을 받았거든요. 사건의 해결이라는 추리물과 탐정과 두 여고생의 삼각 관계라는 연애물을 섞는 시도 역시 그저 그랬다라는 생각입니다. 이건 플레이 시간과도 관련이 있는 데 어느 정도 대사를 읽고 진행하더라도 반나절이면 엔딩을 볼 수 있습니다. 추리물이나 연애물로는 상당히 짧은 플레이 시간이죠. 즉 플레이어가 스토리를 음미해 볼 시간이 부족하다는 얘기입니다.
게임은 코우메와 메구미의 시점으로 진행됩니다. 이브 버스트 에러에서 처음 시도된 캐릭터 재핑 시스템을 도입했는 데 꼭 캐릭터를 바꿔가면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부분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과연 재핑 시스템이 필요했을까 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합니다. (선택문이 없는 일방 진행형 어드벤쳐 게임인데다가 한 캐릭터의 스토리가 끝나면 자동으로 다른 캐릭터의 스토리를 진행하는 방식이라 더욱 그렇습니다.) 반면 화면 네비게이션 시스템은 참 좋았다는 생각입니다. 화면에서 마우스로 조사해야 하는 부분을 자동으로 표시해주는 시스템인데 마우스 클릭 노가다를 줄일 수 있어 유용했습니다.
풀 보이스 지원이며 성우 연기나 더빙 상태는 양호했습니다. 그래픽과 캐릭터 디자인은 메이저 회사답게 수준급. 애니메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야마모토 히로시(山元浩; 주요 작품은 위드유 OVA 작화 감독, 어떤 과학의 초전자포 원화)의 유일한 에로게 원화작인데 길쭉한 캐릭터 디자인과 화려한 색상이 마음에 들더군요. 특히 캐릭터와 배경을 따로 그려 경계선이 어색해지는 기존 방식에서 탈피해 모든 이벤트 그래픽을 풀 컷으로 그림으로서 상당히 깔끔한 화면을 만들어 냈습니다. 단점이라면 눈이 껌뻑이거나 캐릭터 표정이 변하는 애니메이션이 전혀 없다는 사실. 미디를 사용한 배경 음악은 평이한 수준이고 오프닝과 엔딩 보컬은 무난했습니다.
가볍고 짧은 어드벤쳐 게임을 원하는 분은 해보시길. 개인적으로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이라는 게임이라는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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