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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가 이야기 - 우에다 료

원화가 이야기 - 우에다 료

컬러링은 탁월하지만 그림체가 취향을 타는 우에다 료 소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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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ude 소속의 원화가 우에다 료(植田亮)의 프로 작가 데뷰 년도는 1999년. 에로게 원화는 2001년에 처음 맡았고 그 전에는 G's 매거진같은 잡지에서 미소녀 일러스트를 주로 그렸습니다. 원화 작업을 했던 게임이 4개 밖에 안되고 그 중 단독 원화는 달랑 2개라 게임쪽으론 그다지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잡지 일러스트나 소설 삽화를 워낙 많이 그렸기 때문에(G's 매거진과 메가미 단골 작가에다 표지/삽화를 그린 소설만 수십권입니다.) 물 건너에선 꽤 인기를 얻고 있는 상업 일러스트레이터입니다. 회사 일 이외에도 Fancy Fantasia라는 서클로 코미케에 꾸준히 참가하고 있습니다.

원화가 이야기 - 우에다 료
개인 서클 Fancy Fantasia의 동인지

코와 입을 두드러지게 작게 그리고 턱선이 너무 가늘어 취향을 타는 그림체이긴 하지만 색을 워낙 잘 쓰기 때문에 우에다 료의 그림은 일단 눈에 확 들어옵니다. 여기에 머리카락 한올도 놓치지 않는 정밀한 묘사가 캐릭터를 돋보이게 하죠. 인물뿐만 아니라 배경에도 공을 들이기 때문에 이 작가의 상업용 일러스트를 보면 항상 꽉 찬 느낌이 듭니다.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그림체는 아니지만(주인장 기준으로 색기가 좀 부족합니다.) 핀업 일러스트를 그렸다는 소식을 들으면 항상 찾아볼 정도로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에로게 원화보다는 상업용 일러스트에 더 어울리는 작가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우에다 료가 원화를 맡았던 작품들을 살펴보겠습니다. 아래 목록은 계속 업데이트됩니다.


원화가 이야기 - 우에다 료
Canvas~セピア色のモチーフ~ - NEC Interchannel, 2001년 4월 5일 발매

2000년 11월 24일에 발매된 PC판은 가야로가 원화를 맡았습니다. 이후 캔버스는 2001년 4월 5일 DC로 이식되었고 여기서 미사키 아야라는 신캐릭터가 추가되었는데 우에다 료가 이 소녀의 캐릭터 디자인과 원화를 맡았습니다. 원화가의 데뷰작인 셈이죠. 메인을 맡은 가야로의 그림체를 많이 따라가려고 했던 탓인지 요즘의 스타일을 찾기 힘들지만 2년 넘게 상업용 일러스트로 다져진 작가의 화력을 느끼기에는 충분했습니다. DC판은 2001년 11월 22일 PC로 역이식되었고, 2003년 4월 10일에는 PS2판이 발매되었습니다. (물론 아야는 PS2판까지 건재했습니다.)


원화가 이야기 - 우에다 료
空色の風琴 - The Lotus, 2004년 3월 26일 발매

잘 나가는 입시학원 강사 오쿠다 토모야에게는 피아노를 잘 치는 귀여운 사촌 여동생 키사라기 사라사가 있습니다. 어느 날 토모야는 사라사의 아버지에게 보석을 하나 받으면서 사라사에게는 절대 주지 말라는 이상한 소리를 듣게 됩니다. 처음엔 보석을 가진 사실을 숨기지만 결국 들키고 돌려달라고 애원하는 사라사의 눈물에 못이겨 건네주고 맙시다. 보석은 사라사에게 넘어가자마자 붉은 빛을 발하고 두 사람은 중세풍의 이상한 세계로 워프하게 되는데...

The Lotus의 처음이자 마지막 작품. 우에다 료는 여기서 미나세 린(水瀬凛)과 공동으로 원화를 맡았습니다. 챕터 형식으로 나누어진 스토리는 후하게 줘도 평균 수준이었지만 잔잔한 배경 음악과 몽환적인 느낌의 원화는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후에 음성을 추가한 PS2판, 空色の風琴-REMIX-가 2005년 7월 7일에 발매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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巫女舞~ただ一つの願い~ - etude, 2004년 11월 26일 발매

축제 시즌에 맞춰 오랬만에 고향에 내려간 주인공. 주인공의 고향은 다니던 열차가 승객 부족으로 폐선될 정도로 외진 시골입니다. 숙박을 제공한다는 친구를 만나지 못해 곤란해하는 주인공에게 소꼽친구 나츠키가 반갑게 인사를 건네고 축제 기간 동안 자기 집에 머물러 달라고 부탁합니다. 이를 승락한 주인공과 과거를 공유한 고향 친구들의 여름 이야기가 한적한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이제 막 시작되려 하고 있습니다.

etude의 데뷰작이며 우에다 료가 단독으로 원화를 맡은 첫 작품입니다. 공략 대상이 모두 무녀라 특정 취향의 매니아를 위한 게임처럼 보이지만 개별 루트를 모두 클리어해야 진행할 수 있는 히든 시나리오는 짧지만 감동적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주인공의 먼 과거 이야기) 시나리오부터 캐릭터, 원화, 음악까지 모든 분야가 일정 수준 이상인 추천작. 2005년 9월 8일에는 巫女舞~永遠の想い~라는 이름의 PS2판이 발매되었습니다.


원화가 이야기 - 우에다 료
そして明日の世界より― - etude, 2007년 11월 22일 발매

사방이 바다라 외부와의 접촉이 뜸한 섬 마을. 여기서 주인공과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랐던 소녀들이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거짓말처럼 다가운 세계 멸망 소식. 몇 년 전부터 예견된 소행성 충돌 사고가 현실화되면서 모든 인류는 3개월이라는 시한부 삶을 선고받습니다. 그리고 미쳐 돌아가기 시작한 세상. 그 여파가 작은 섬 마을에도 미치기 시작하고, 더 이상 기적같은 걸 바랄 수 없는 상황에서 주인공과 소녀들은 조용히 마지막 3개월을 보내려고 하고 있습니다.

巫女舞 이후 3년만에 발매된 etude의 신작입니다. 제작 발표 이후 소식이 하도 뜸해 개발사가 활동을 중지했다는 소문까지 돌았습니다만 발매 후 2007년 하반기를 빛낸 최고의 작품이라는 찬사를 받았습니다. 전작에 비해 월등하게 좋아진 원화가의 미려한 펜선과 깔끔한 채색, 세계 멸망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뭉클한 감동으로 이끌어내는 잔잔한 스토리와 이를 뒷받침해주는 개성있는 캐릭터들, 귀에 쏙 들어오는 배경 음악까지... 명작까지는 아니더라도 간만에 괜찮은 느낌의 어드벤쳐 게임을 접했습니다. 다소 지루한 일상 묘사만 넘어갈 수 있다면 추천할만한 작품.


원화가 이야기 - 우에다 료
秋空に舞うコンフェティ - etude, 2010년 8월 27일 발매

주인공 아키츠 하야토는 어느 날 밤 빗속에서 우산도 쓰지 않고 서 있는 한 소녀를 보았습니다. 누군지 궁금해 다가가자 소녀는 깜짝 놀라 달아나 버렸고 그 자리에는 노트가 한 권 떨어져 있었습니다. 노트의 주인이 연극부원인 것을 알게 된 하야토는 다음 날 수업을 마치고 연극부실을 찾았습니다.

감정 기복이 심한 극작가 선배 안도 사야, 평소에는 조용하지만 리본만 새로 묶으면 열정적인 연기파로 변하는 주연 배우 카미시로 유키, 이웃이자 연극부 부장을 맡고 있는 사쿠라 나나미, 옥상에 쓰러져 있던 소녀 카나에까지, 개성 넘치는 부원들로 구성되어 있었지만 공연다운 공연을 못해 폐부 직전까지 몰린 연극부. 이 우연한 만남으로 입부까지 하게 된 주인공은 사야 선배에게 대본을 하나 받았습니다. 도시 전설을 소재로 한 오리지널 스토리였는데 분위기에 끌려 하야토와 부원들은 이 작품을 무대에 올리기로 하고 바로 연습에 들어갔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그녀들과의 관계와 깊어지는 가을 하늘, 하야토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적당한 대화문 선택해 각 캐릭터 루트를 타는 평범한 시스템의 어드벤쳐 게임이었지만 시원한 느낌이 드는 와이드 화면은 플레이에 쾌적함을 더했습니다. 캐릭터가 적절하게 이동하면서 생동감있게 대화를 나누는 것도 마음에 들었고, 단풍이 떨어지거나 비가 내리는 화면 효과는 보는 재미를 배가시켰습니다. 일단 시각적인 면에서는 흠 잡을 데 없는 완성도를 보여주었습니다. '고급스럽다'는 표현이 아주 잘 어울렸던 작품.

이벤트 CG는 우에다 료의 장점인 화려한 색감의 절정이었습니다. 턱선이 얇고 캐릭터를 길게 그려 그림체는 취향을 타는 편이지만 강렬하면서도 정갈한 느낌을 주는 채색은 이견을 달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습니다. 오랬만에 제대로 눈 호강 했네요. 아쉬운 점은 팔다리를 이상하게 길게 그려 인체 비례가 어긋난 그림이 종종 보인다는 것. 프로이긴 하지만 조종기를 겪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원화가 이야기 - 우에다 료
七つのふしぎの終わるとき - etude, 2011년 12월 22일 발매

긴 역사를 자랑하는 명문 토키노다이 학원은 학생들 전원이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여기에 다니는 신도우 토모는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지만 할아버지에게 받은 시계를 이용해 시간을 조종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우연히 학교에 전해오는 7대 불가사의가 자신이 가진 시계와 연관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토모는 다른 능력을 얻기 위해 7대 불가사의의 배경인 구교사를 조사하기 시작했습니다.

자신과 비슷한 시계를 가진 사람들을 만나기도 하고, 오래 전부터 7대 불가사의를 조사하고 있던 신문부와 경쟁하기도 하고, 비슷한 목적을 가진 소녀들과 어울리기도 하면서 토모는 마침내 첫 번째 불가사의의 정체를 밝히는데 성공했습니다. 시간이 멈춘 것 같은 그 곳에서 보게 된 것은 일본 전통 의상을 입고 잠들어 있는 작은 소녀. 시간을 뛰어넘을 수 있는 시계의 능력 때문에 현대에 나타난 소녀를 원래 세계로 되돌려 보내기 위해 토모는 나머지 불가사의에 도전하는데...

안정적인 게임 엔진과 편리한 인터페이스 덕에 쾌적하게 플레이할 수 있고, 우에다 료의 샤방한 그래픽이 눈을 즐겁게 해주고, 게임 분위기를 잘 살려주는 BGM이 귀에 쏙 들어오지만 뭔가 있어 보이는 도입부를 지나면 눈꺼풀이 무거워 져 성능 좋은 디지털 수면제가 된다는 etude 게임의 특징을 유감 없이 보여주는 작품이었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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