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뇌학원 시리즈
가이낙스의 므흣한 퀴즈 게임 시리즈 소개입니다.
전뇌학원(電脳学園) 시리즈는 1989년부터 1991년까지 가이낙스가 발매한 퀴즈 게임입니다. 지금은 핵심 인력들이 다 빠져나가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되었지만 이때만해도 가이낙스는 애니메이션뿐만 아니라 게임쪽 비중이 만만치 않았던 회사였죠. 1989년에 발매된 전뇌학원 1편은 가이낙스가 제작한 첫 PC 게임이었고 프린세스 메이커 시리즈와 함께 가이낙스 게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라인업이 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첫 소개 문구에 '므흣'이라는 수식어를 넣은 이유는 퀴즈를 풀어 상대를 벗기는 것이 목적인 탈의 게임이기 때문입니다. :)
시리즈를 기획했던 가이낙스의 전 대표이사 오카다 토시오(岡田斗司夫)와 프린세스 메이커 시리즈로 유명한 아카이 타카미(赤井孝美)는 애니메이션 제작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 미려한 그래픽을 무기로 PC 게임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고, 이게 제대로 먹혀 첫 번째 타이틀부터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더불어 PC-9801 게임들의 그래픽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지요. 확실히 비슷한 시기에 나온 다른 게임들과 비교하면 캐릭터 디자인과 색감이 참 좋았던 작품이었습니다.
이제 각 시리즈를 스크린샷과 함께 간단히 소개해 보겠습니다.
電脳学園 シナリオⅠ
・브랜드: ガイナックス
・발매일: 1989년 7월 15일
프린세스 메이커로 유명한 아카이 타카미가 원화를 담당한 시리즈 1편으로 1989년 7월 15일에 PC-9801용으로 발매되었으며 다음 해인 1990년 11월 10일에 개량판인 2.0 버전이 발매되었습니다. 개량판은 12세 이상 등급으로 발매되었으며 이전 버전 구입자에 한해 반액에 교환을 해주었다고 합니다. 참고로 2.0 버전은 특정 부위를 강조한 탈의 이벤트 때문에 미야자키현과 같은 일부 지역에서 유해 매체로 지정되었고(1992년), 이에 반발한 제작사가 소송을 제기해 지방 자치 단체와 갈등을 빚기도 했습니다. 가이낙스의 행보는 예전부터 범상치 않았군요.
게임은 30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전뇌학원의 특별 수강생이 된 주인공이 다양한 장소에서 미소녀들과 퀴즈 대결을 벌이는 방식입니다. 어드벤쳐 파트에서 몇 가지 정보를 얻은 후 대전 상대를 만나면 바로 대결이 시작되죠. 게임이나 애니메이션, SF에 관한 문제를 풀게 되는데 일정 수의 문제를 맞추면(보통은 20문제 내외) 서비스씬과 함께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갑니다. 상대에게 4연승을 하면 해당 캐릭터를 클리어하게 되고 다음 대전 상대를 찾아야 하는 어드벤쳐 파트가 시작됩니다.
탈의 장면에서는 마우스 포인터로 특정 부위를 만져 캐릭터 표정을 바꿀 수 있었습니다. 당시 마우스는 필수 사양이 아니었기 때문에 고급(?) 주변 기기를 가진 유저들을 위한 보너스였다는 생각이 드네요. 하나씩 벗기다 보면 마지막 컷에서 음모가 그대로 드러내 유해 매체로 지정되는 불상사를 겪기도 했습니다. (그냥 모자이크를 하지) 대전 상대는 총 3명. 모두 클리어하면 플레이어는 전뇌박사라는 학위와 함께 해피 엔딩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수록된 문제가 600개 이상이고 난이도도 적당해 탈의씬을 제외하고도 꽤 할만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물론 아카이 타카미의 므흣한 그래픽도 빼놓을 수 없는 재미 중 하나였죠.
電脳学園2 ハイウェイ・バスター
・브랜드: ガイナックス
・발매일: 1989년 12월 10일
탈의 퀴즈 게임 전뇌학원의 속편으로 전작은 아카이 타카미 혼자 원화를 그렸지만 이번에는 3명의 유명 일러스트레이터가 참여했습니다. 첫 번째 에피소드(婦警さん)는 1980년대 성인 만화가로 이름을 날렸던 신다 마네(新田真子)가, 두 번째 에피소드(峠の女王)는 MS소녀로 유명한 일러스트레이터 겸 게임 크리에이터 아키타카 미카(明貴美加)가, 마지막 에피소드(ハイウェイ・バスター)는 아사미야 키아(麻宮騎亜)라는 이름으로도 잘 알려진 만화가 겸 애니메이터 키쿠치 미치타카(菊池通隆)가 담당했습니다. 지금 보면 정말 환상적인 라인업이라고 할 수 있죠.
스토리는 전작과 이어져 전뇌학원을 졸업한 주인공이 고속도로를 누비는 정체불명의 라이더를 쫒는 내용입니다. 전작의 미소녀들이 주인공에게 힌트를 주는 서브 캐릭터도 등장하며, 등급이 12세 이상 권장으로 나오긴 했지만 전작의 과도한 노출 여파 탓인지 주요 부위를 적당히 가린 이벤트 그래픽은 오히려 더 얌전해졌습니다. 대전 상대는 전작과 동일한 3명이며 배경탓에 대부분의 문제가 교통 법규나 자동차 중심으로 출제되었지만 난이도는 적당한 편이었습니다. (운전 면허가 없으면 조금 어려운 정도)
電脳学園3 トップをねらえ!
・브랜드: ガイナックス
・발매일: 1990년 3월 24일
제목 보시면 알겠지만 가이낙스의 히트작 톱을 노려라!(トップをねらえ!)를 소재로 한 전뇌학원 시리즈 세 번째 작품입니다. 애니메이션과 연결되는 스토리는 아니며 신형 건버스터인 '그레이트 건버스터' 파일럿 자리를 놓고 주인공이 타카야 노리코, 아마노 카즈미, 융 프로이드와 퀴즈 대결을 벌이는 내용입니다. 탈의 퀴즈 게임이라 이기기만 하면 훌훌 잘 벗기 때문에 당시 인기 캐릭터였던 세 미소녀의 누드를 볼 수 있어 화제가 되기도 했지요. 제작사가 직접 벗겼으니 뭐라고 딴지를 걸기도 그렇네요. ^^
게임 제작에 OVA 감독이었던 안노 히데아키(庵野秀明)가 직접 관여를 했고 작화를 담당했던 쿠보오카 토시유키(窪岡俊之)를 비롯해 애니메이션 제작 스텝들이 많이 참여했기 때문에 원작과의 위화감은 거의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톱을 노려라! 관련 게임은 이후에도 몇 개 더 제작되긴 했지만 그래픽만 놓고 보면 전뇌학원3의 완성도가 가장 높았습니다.
電脳学園4 エイプハンターJ
・브랜드: ガイナックス
・발매일: 1991년 7월 20일
가까운 미래(게임에선 2006년으로 나옵니다. 벌써 지났네요.), 지능이 뛰어난 원숭이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는 인류를 구하기 위해 주인공 에이플 헌터가 전뇌학원에 잠입해 퀴즈 대결을 통해 원숭이들을 말살하는 것이 게임의 주된 목적입니다. 전작들은 이기면 그냥 벗는다가 규칙이었는데 이번에는 탈의 자체에 어떤 당위성(?)이 붙어 있습니다. 원숭이가 위장을 한 건지, 진짜 인간인지는 꼬리를 보면 알 수 있는데 그걸 보기 위해서는 엉덩이를 까봐야 하거든요. 이게 벗기는 목적입니다. (뭔들)
혹성탈출틱한 분위기지만 오리지널 스토리로 원작에서부터 각본, 감독을 모두 만화가이자 애니메이션, 게임 각본가인 민다 나오(眠田直)가 담당했습니다. 스포츠 분야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문제 유형, 깔끔한 인터페이스와 강화된 스토리 파트 등은 괜찮은 평가를 받았지만 탈의 이벤트 그래픽 에로도는 시리즈 중 가장 낮았습니다.
電脳学園ミレニアム
・브랜드: ナインライブス
・발매일: 2000년 1월 1일
4편 이후 후속작이 나오지 않아 시리즈의 생명이 끝난 줄 알았는데, 2000년 나인 라이브즈라는 회사로 독립한 아카이 타카미에 의해 조용하게 부활했습니다. 새로운 시리즈인 전뇌학원 밀레니엄(電脳学園ミレニアム)이 2000년에, 속편인 전뇌학원 밀레니엄2 붉은 여왕(電脳学園ミレニアム2 紅の女王)이 2001년에 발매되었는데 둘 다 이벤트 및 통판 한정 패키지로, 그것도 16세 이상 권장이라는 애매한 등급으로 나왔습니다. 전뇌학원 밀레니엄은 1989년에 발매된 전뇌학원에 2명의 신캐릭터를 추가한 리메이크판이므로 오리지널 신작은 전뇌학원 밀레니엄2 붉은 여왕뿐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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