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기억 시리즈
Super Erotic Advanture Game 꽃의 기억 시리즈 소개입니다.
포스터(フォスター; Foster)라는 에로게 제작사가 있었습니다. 1994년 여기는 낙원장(ここは楽園荘)을 시작으로 2003년 STAGE까지 30개 가까운 어드벤쳐 게임을 제작했으며 자매 브랜드를 2개나 운영했을 정도로 잘 나갈 때도 있었습니다. 이 회사에서 발매된 게임들은 초기작을 제외하고 모두 Super Erotic Advanture Game이라는 시리즈 네임을 가지고 있는데, 이 시리즈의 대표작은 에로게로는 드물게 7편까지 제작된 꽃의 기억(花の記憶)입니다. 아리스소프트의 란스 시리즈와 더불어 에로게 최장수 타이틀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장수 시리즈라고 말하긴 했지만 란스 시리즈처럼 작품성을 인정 받은 타이틀도 아니고, 오히려 쿠소게에 가까운 B급 취급을 받고 있지만 주인장 생각은 조금 달라 시리즈 전체를 묶어 정리해 보겠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분들이 있을진 모르겠지만 물 건너 성인용 게임, 즉 에로게는 굉장히 취향을 타는 매체입니다. (일본어 이해 정도는 논외로 할께요.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는 게임이면 한글 패치도 나오고 후커 같은 보조 도구를 사용하면 게임 진행에 필수적인 부분은 어느 정도 이해하면서 진행할 수 있습니다. 그것도 귀찮으면 지금 영어 공부하는 시간의 10%만 일본어에 투자하세요. 기본적인 문장 구조와 품사 몇 개만 이해해도 게임의 재미가 달라집니다.) 이유는 게임인데도 지루함에 익숙해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림 몇 장과 대사만으로 몇 시간씩 버텨야 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FPS나 RTS 같이 빠른 반응에 익숙한 게이머라면 움직임이 거의 없는 화면을 몇 시간씩 보고 있는 에로 게이머를 이상하게 생각할 겁니다.) 그러면서 그 많은 선택사를 군말 없이 고민해서 선택하고 원하는 엔딩을 위해 같은 이벤트를 몇 번씩 반복 플레이하는 걸 보면 어떤 의미에서 참 대단하다고 바라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스타일의 어드벤쳐 게임이 대다수인 에로게에서 꽃의 기억 시리즈는 나름의 심플함을 정착시킨 타이틀입니다. 이 게임에는 사람을 확 잡아 끄는 스토리나 캐릭터성도 없고 맘 잡고 파 볼만한 깊이 있는 시스템도 없습니다. BGM도 그냥 들을만한 수준이고 성우 연기 역시 나쁘진 않군 정도입니다. 그럼 뭐야? 하실 분들을 위해 주인장이 생각하는 이 시리즈의 장점을 적어 보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장점입니다. 관점에 따라 주인장이 언급한 장점이 단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나중에 소개하겠지만 이 게임은 딱히 스토리란게 없기 때문에 내용을 리뷰하기가 참 힘듭니다. 그래서 아래와 같이 전 시리즈 공통으로 마음에 들었던 요소를 먼저 정리해 보겠습니다.
우선 가볍습니다. 2002년에 발매된 7편만 해도 용량이 300MB가 안됩니다. 화장실 한 번 갔다올 시간이면 전체 설치가 가능하고 설치되는 파일 개수도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만큼 심플합니다. 그런데도 모든 캐릭터가 목소리를 가지고 있으며 이 바닥 어드벤쳐 게임에 필요한 기본 기능은 모두 지원합니다. 게임 메뉴부터 시스템 설정까지 뭐라 하기 힘들 정도로 심플하게, 하지만 감각적으로 잘 다듬어져 있습니다. 더구나 전 시리즈를 걸쳐 단 하나의 패치 파일도 없을 정도로 안정적입니다. (무슨 게임은 패치만 3GB라죠?)
옵션 화면. 심플할 뿐만 아니라 감각적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다음으로 예쁩니다. 1편을 제외하고 모두 스카이 하우스(スカイハウス)라는 일러스트레이터가 담당했는데 웬만한 메이저 원화가 못지 않은 수준을 자랑합니다. 초기에는 색감이 탁하고 약간 흐트러진 펜선을 보여주었지만 3편 이후 바람직한 방향으로 진화하여 90년대 후반부터는 귀엽고 성숙한 이미지를 잘 버무린 캐릭터 디자인에 역동적인 구도, 최상급의 에로 레벨을 자랑하는 떡씬으로 시리즈의 존재 가치를 한껏 높여 주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손가락 안에 꼽는 작가.
이벤트 컷. 색기있는 미소녀를 잘 그리는 원화가입니다.
플레이 시간이 아주 짧습니다. 대사 다 읽어도 한 시츄에이션당 평균 10분. 캐릭터마다 3개 정도의 이벤트가 있으니 2시간이면 올클이 가능합니다. 너무한거 아니냐는 분들도 있겠지만 주인장은 페이트 첫 번째 루트를 클리어할 때 보름이 걸렸습니다. 스토리랑 캐릭터성 좋은건 차제하고라도 다음 루트 진행할 엄두가 안나더군요. 이렇게 길고 복잡한 스토리에 질리신 분들에게는 안식처와 같은 게임이 될 겁니다. (물론 관점에 따라 엄청난 단점이 될 수도 있겠죠.)
캐릭터 선택 화면. SD 캐릭터 움직임이 재미있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옴니버스식 구성이 신선합니다. 이 게임은 딱히 스토리라는 것이 없고 로리부터 누님까지 다양한 클래스의 미소녀들이 등장해 자신이 겪은 야한 시츄에이션을 독백 형식으로 들려줍니다. 그래서 엔딩이 없고 중간에 몇 개 되는 선택사도 에로씬 분기로만 사용될 뿐 게임 진행과는 무관합니다. 선택사에 의한 분기는 플로우 차트 형식으로 제공되므로 중간 세이브나 오마케 리플레이도 필요 없습니다. (그런 메뉴도 없습니다.) 스토리 매니아에게는 천인공노할 구성이겠지만 가벼운 플레이 좋아하는 주인장에겐 딱이더군요.
이벤트 선택 플로우 챠트. CG 보기와 시나리오 로드 기능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시나리오 진행 관점이 신선합니다. 게임의 전부라고 할 수 있는 에로씬이 당하는 여성의 관점으로 진행됩니다. 대부분의 에로게가 주인공의 관점 또는 제3자 입장의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진행되는 반면 이 시리즈는 에로한 이벤트 진행 중간이나 후에 여성 캐릭터의 독백 부분을 집어 넣어 색다른 느낌을 줍니다. 예를 들어, 자신의 성감대는 여긴에 엉뚱한 곳을 공략하고 있다는 불만이나 원하는 자세로 당하는 쾌감 등 보통의 에로게에서는 생각하지 못한 다른 관점으로 게임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관음증이라 할 수 있는 노조키(のぞき) 욕구를 채워준다고나 할까요? (어이)
게임 화면은 단순하면서도 깔끔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포스터는 2003년말에 활동을 중지했고 핵심 인력은 Will의 신규 브랜드 Lucha!에서 새출발을 했지만 이 시리즈는 계속되지 않았습니다. 개인적으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에로게 중 가장 맘에 들어했던 시리즈인데 정말 아쉽네요. 판권을 인수한 Will은 6편과 7편을 다운로드판으로 다시 발매했는데 이런 재탕 말고 8편부터 시작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머리 아픈 스토리로 고생하셨거나 심신이 지치신 분들은 가볍게 잡아보세요. 플레이할 때 즐겁고 끝나면 싹 잊을 수 있는 색다른 경험을 하실 수 있을 겁니다.
마지막으로 각 시리즈 간단히 소개하고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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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 기억
1995년 6월 9일에 발매된 시리즈 1편입니다. 지하철에서 치한을 목격하고 당황하는 OL 토모코, 교실에서 동인지를 그리다 선생에게 혼이 나는 오타쿠 여학생 모에, 이런 모에에게 반성문을 쓰게 만드는 양호선생 하루카, 수업을 빼먹고 양호실에서 야한 짓을 즐기는 여학생 사나키, 남자 방에는 야한 잡지가 많다는 소리를 듣고 사촌 방을 몰래 뒤지는 키코, 이렇게 5명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꽃의 기억 시리즈의 기념비적인 첫 작품인데 스카이 하우스가 그렸는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원화 담당은 비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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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 기억 제2장
1996년 12월 13일에 발매된 시리즈 2편입니다. 손이 불편한 남자 환자의 소변을 받다 곤란한 일을 겪게 되는 간호사 타이코, 텔레폰 클럽에 맛들여 자주 호텔 출입을 하는 OL 키코, 야간조로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일하다 손님과 몸을 섞게 된 아르바이트생 사카다, 광고 촬영을 하다 모델의 변덕으로 마음이 상한 카메라맨 유미, 짝사랑하는 선생에게 대시할 궁리를 하는 여학생 미나코, 이렇게 5명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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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 기억 제3장
1997년 7월 18일에 발매된 시리즈 3편으로 Windows용으로 발매된 첫 번째 꽃의 기억 시리즈입니다. 전작과 동일하게 5명의 여성들이 겪게 되는 H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며 PC-9801판에 비해 게임 인터페이스와 메뉴, 옵션 등이 편리하게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256색으로 일신했는데도 지저분한 느낌이 들었던 원화가 아쉬웠던 작품. 2000년 11월 24일에는 1편과 2편, 3편의 합본인 꽃의 기억123(花の記憶 わん・つー・すりー)이 발매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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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 기억 제4장
1998년 12월 25일에 발매된 시리즈 3편으로 Windows용으로 발매된 첫 번째 꽃의 기억 시리즈입니다. 전작과 동일하게 5명의 여성들이 겪게 되는 H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며 시스템은 시리즈 전통에 맞게 심플 그 자체지만 채색 팀이 적응을 했는지 색감은 4편부터 훨씬 좋아진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스카이 하우스의 미려한 그림체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기 시작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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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 기억 제5장
2000년 2월 10일에 발매된 시리즈 5편입니다. 동안의 귀여운 외모지만 성욕은 왕성한 여행 코디네이터 나오, 뛰어난 검도 실력을 가지고 있지만 실전에 약해 항상 큰 대회에서 고배를 마시는 여고생 사토미, 상냥한 누님 타입에 큰 가슴을 자랑하는 가정교사 유우, 냉정하고 다른 사람을 지배하려는 욕망에 가득 차 있는 외과의사 토모에, 프라이드가 강하고 맡은 일은 철저하게 해내는 미인 비서 유카, 이렇게 5명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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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 기억 제6장
2001년 8월 31일에 발매된 시리즈 6편입니다. 러브러브한 신혼 생활을 보내고 있는 전업주부 사나, 남자친구와 코스튬 플레이를 즐기면서도 가게 여자 후배의 음란한 대시를 마다하지 않는 클럽 걸 메구미, 여름방학을 맞아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 해변을 찾았지만 연하의 남자와 사귀게 된 여대생 치나츠, 전속사를 옮겨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되는 그라비아 아이돌 미쿠, 정계의 거물을 인터뷰하기 위해 파티장을 찾았지만 오히려 몸을 버리게 된 잡지사 기자 리사, 이렇게 5명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2003년 2월 14일에는 4편과 5편, 6편의 합본인 꽃의 기억456(花の記憶 よんごーろく)이 발매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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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 기억 제7장
2002년 12월 20일에 발매된 시리즈 7편입니다. 오빠를 아주 좋아하는 유약한 소녀 세리나, 유원지에서 특촬물 아르바이트를 하는 액션 배우 지망생 케이, 부유한 집안에서 자라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 여대생 히로미, 메인 뉴스를 맡는 조건으로 성 상납을 강요받고 있는 아나운서 미츠에, 강한 남자를 찾아 거리를 배회하는 불량 여고생 에츠코, 이렇게 5명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아쉽지만 꽃의 기억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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