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가 이야기 - 카도이 아야
하급생 시리즈로 유명한 여성 일러스트레이터 카도이 아야 소개입니다.
하급생 시리즈로 고전 에로게이머에겐 잊을 수 없는 이름 카도이 아야(門井亜矢)는 1971년생 여성으로 만화가 겸 프리 일러스트레이터입니다. 여고생을 소재로 한 4컷 또는 단편(天然女子高物語, エデンノカケラ)을 종종 연재했고 P-mate같은 에로게 잡지 표지도 꽤 오래 맡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카도이 아야는 만화가나 게임 원화가라기 보다는 동인 작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래 게임 목록 보시면 알겠지만 1996년 이후로 원화를 담당한 게임은 달랑 5개. 워낙 띄엄띄엄 연재해 만화 단행본도 몇 권 없습니다. 하지만 1986년 이후로 발간한 동인지만 줄잡아 100여권. 이정도 작업 비율이면 동인 작가하고 해야겠죠?
90년대 초반 인기를 끌었던 카도이 아야의 세라문 관련 동인지들
현재도 冗談じゃないよっっ!!라는 동일 서클을 운영하고 있으며 간간히 동인지를 내고 있지만 2000년 이후로는 동인지 품질이 좋지 않아 변두리 부스 신세라고 하네요. (최근에는 관련 상품만 찔끔찔끔 내고 동인지는 개점 휴업 상태) 90년대 중반까지는 세라문과 하급생 동인지로 코미케를 좌지우지할 정도였는데 역시 성의가 없으면 팬들이 알아서 떠나나 봅니다.
카도이 아야의 그림체는 초기에 거물 여성 만화가 코우가 윤의 짝퉁같았는데 게임 원화를 맡기 시작하면서 특유의 섬세함에 색기를 입혀 지금까지도 나름의 독특함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가는 펜선이 순애물에 잘 어울리는데 최근에는 채색 스타일이 좋아져 농염한 에로씬도 잘 표현하지요. 남녀가 모두 좋아할만한 묘한 화풍의 소유자입니다.
이제 카도이 아야가 원화를 맡은 게임들을 소개해 보겠습니다. 엘프 올스타 탈의 마작(エルフオールスターズ脱衣雀) 시리즈는 원 작품의 원화가들이 다시 그린게 아니기 때문에 목록에 포함시키지 않았습니다.
下級生 - elf, 1996년 6월 7일 발매
원화가의 에로게 데뷔작이자 엘프의 대표작인 동급생 시리즈를 미러링한 또 다른 학원물로 동급생 못지않은 인기를 끌었습니다. 인기만큼이나 여러 기종으로 이식되었는데, 우선 1996년에 발매된 버전은 PC-9801용이고 1997년 4월 25일에는 새턴으로 이식되었습니다. Windows용은 1998년 6월 26일에 발매되었고 특이하게 2000년 6월 23일엔 매킨토시로 이식되었습니다. 오리지널에 해당하는 PC-9801 버전은 2008년 7월 25일 비스타에 대응하는 복각판으로 다시 나왔습니다. 1998년 7월 24일에는 SCREEN SAVER COLLECTION이라는 팬디스크가 발매되었고 1997년과 1999년에 각각 OVA, TV 시리즈로 제작되었습니다. 애니판 퀄리티는 꽤 괜찮은 편.
엘프의 전 대표이자 동급생 시리즈 프로듀서였던 히루타 마사토의 작품이기 때문에 시스템이나 분위기가 동급생 시리즈와 상당히 비슷합니다. 하지만 동급생 시리즈같은 속성 연애 과정 말고 보다 심도있는 사랑 이야기를 다루기 위해 플레이 기간을 1년으로 설정했다고 하던데 오히려 게임이 지루하다는 역효과를 냈지요. (동급생 시리즈는 플레이 기간도 적당하고 겹치는 이벤트가 별로 없어 전 캐릭터를 클리어해도 지루한지 모르겠던데 이 게임은 히로인 하나만 클리어해도 지칩니다.) 제작진의 의도가 게임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해 아쉬웠던 작품. 여담이지만 데이트 했을 때보다 선물을 줬을 때 호감도가 더 빨리 올라 히로인들이 모두 된장녀 아니냐는 우스개 소리까지 있었지요. :)
요즘의 날카로운 느낌이 아닌 동글동글한 그림체도 인상적. 최근에 카도이 아야가 그려놓은 캐릭터를 보면 쭉빵하고 예쁘긴한데 너무 각지고 뾰족합니다. 90년대 후반까지가 딱 좋았다는 느낌.
リフレインブルー - elf, 1999년 11월 26일 발매
엘프의 첫 비주얼 노벨로 소리소문 없이 발매된 것과는 달리 자연스러운 스토리 전개와 감동적인 엔딩으로 역시 엘프는 죽지 않았다는 찬사를 받는 작품입니다. 7년전의 추억을 잊지 못하는 주인공이 가이드로 모 학원의 섬머 스쿨에 참여하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를 다룬 노스텔지어풍의 순애물로 프롤로그, 에필로그를 제외하면 플레이 기간이 5일밖에 되지 않는데도 히로인들과의 관계가 형성되는 과정이 물 흐르듯 자연스러워 좋은 평가를 받았지요. 처음 히로인이 정해져 있는 상태에서 계속 살이 붙어 전개되는 스토리 구성도 맘에 들었고요. 오래된 작품이긴 하지만 감동적인 비주얼 노벨을 찾으신다면 놓치지 마세요.
下級生2 - elf, 2004년 8월 27일 발매
8년만에 등장한 속편인데 정작 게임보다 메인 히로인 사이몬 타마키가 비처녀라는 설정과 후반의 다소 파격적인 전개가 더 유명했던 작품입니다. 처녀 지상주의자인 왠 오덕 하나가 이 사실에 격분해 멀쩡한 DVD를 절단낸 후 항의 편지와 함께 제작사에 보낸 사건이 두고두고 회자되었지요.
절단난 게임 DVD와 문제의 항의 편지. 게임을 게임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면 이렇게 됩니다.
전체적인 시스템과 플레이 기간은 전작과 비슷하지만 호감도 한계치가 존재하고 특정 이벤트를 거쳐야 한계치 이상의 호감도를 올릴 수 있어(엔딩과 직결됩니다.) 전작보다 더 어려워졌습니다. (전작 난이도도 장난 아니었는데...) 호감도가 최대치이면 엔딩 볼 히로인을 선택할 수 있다는게 편리하긴 하지만 플레이 시간 자체가 준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반복해도 돌리기엔 여전히 부담됩니다. 전작이 지루하다는 평가를 받았으면 플레이 기간을 좀 줄였으면 좋았을텐데 엘프의 고집은 여전하네요.
리플레인 블루(リフレインブルー) 이후 5년만에 게임 원화를 맡아서 그런지 그림체가 많이 달라졌습니다. 전작의 동글동글한 느낌은 거의 사라지고 쭉빵하면서도 날카로운 인상으로 바뀌었네요. 예쁜 건 사실이지만 전작의 수수한 느낌이 없어 약간 아쉬웠습니다.
たまたま - BANANA Shu-Shu, 2006년 8월 25일 발매
다소 긴 부제(となりの彼女は声優のたまご。たまたま生まれた恋のたまごが…)를 가진 BANANA Shu-Shu의 데뷰작입니다. 신생 제작사 치고는 거물 원화가를 고용했다 싶었는데 예전 실키즈처럼 엘프의 숨겨진 자매 브랜드더군요. 성우 지망생인 히로인과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순애물인데 게임 분위기가 부드러운 느낌의 원화가 잘 어울려 '보는' 재미는 꽤 좋았습니다. 하지만 성우를 소재로 했음에도 관련 이야기가 거의 등장하지 않고 공략 가능 캐릭터도 2명뿐이라 즐길거리가 별로 없다는게 문제. 주인공과 히로인의 시점으로 번갈아 진행되는데 구성 자체가 일방 통행식이라 왜 이렇게 만들었는지 의문일 정도로 존재감 없는 연출도 마이너스 요인이었습니다.
2006년 12월 22일에 팬디스크인 たまたまクリスマスBOX가 발매되었고 후속작에 대한 별 다른 소식 없이 BANANA Shu-Shu는 활동을 정지했습니다. 현재는 홈 페이지는 살아있지만 엘프 상태가 영 아니라 활동을 재개할 것 같지는 않네요.
ボクの彼女はガテン系 - elf, 2011년 12월 8일 발매
고등학교 졸업 후 백수 생활을 하던 주인공이 고장난 TV를 새로 사기 위해 공사장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습니다. 여기서 만난 미사키의 씩씩함에 반해 그녀와 사귀기 시작했고 3년 후 결혼을 했습니다. 결혼 7년차 둘은 부모가 되었고 주인공은 작은 건설회사 사장이 되어 나름 성공한 인생을 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행복도 잠시, 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에게는 엄청난 비밀이 있었는데...
한동안 만화로 소일하던 카도이 아야가 5년만에 에로게 원화를 맡아 화제가 되었던 작품입니다. 제작 발표 당시 아무런 설명이 없이 ボクの彼女はガテン系/彼女がした事、僕がされた事/巨乳妻完全捕獲計画/今夜ボクの妻がアイツに寝取られました。라는 긴 제목만 공개되어 유저들을 궁금하게 만들었죠. 시나리오를 쓴 도텐 메이카이(土天冥海)의 성향대로 강도 높은 NTR물이었는데, 장르 특유의 상실감을 잘 살렸고 의외로 게임 그래픽이 이쪽 분위기를 잘 살려줘 NTR 매니아들을 열광시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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