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소녀를 중심으로 본 일루전에 대한 불만
한때 홀릭했던 3D 에로게 전문 제작사 일루전에 대한 개인적인 불만입니다.
주인장은 물 건너 3D 에로게 전문 제작사 일루전의 프론티어 정신을 높이 사고 있습니다. 엄한 결과물을 남발하고 있지만 스탠딩 CG와 대화창, 이벤트 그래픽으로 고착화된 일본식 2D 미소녀 에로게에 변화의 불씨를 계속 지피고 있는 그 우직함 하나는 마음에 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일루전 게임 중에도 주인장이 싫어하는 시리즈가 있습니다. 바로 3D 미소녀 커스터마이징 전문 타이틀 인공소녀(人工少女) 시리즈입니다. 2007년 11월 3편 발매를 끝으로 아무 소식이 없는 이 시리즈를 갑자기 꺼낸 이유는 10월 25일에 발매된 AI 소녀(AI*少女)의 컨셉이 이 시리즈와 흡사하기 때문입니다. 제작사는 별 얘기 없지만 워낙 오래된 시리즈라 이렇게 이름을 바꿔 재활용(?)하는 것 같습니다. (인공소녀의 영문 타이틀이 Artificial Girl인데 신작 제목도 딱 여기서 따왔습니다.) 처음 정보가 공개되었을 때 관련 스레에서 인공소녀 신작 아님? 소리가 심심치 않게 나온 것으로 보아 주인장만 그렇게 생각한 것이 아닌가 봅니다. 암튼 각설하고,
주인장은 게임성이 떨어져 인공소녀 시리즈를 싫어하는 것이 아닙니다. 솔직히 일루전 작품에서 게임성을 찾는건 SOD에서 예술성을 찾는거나 마찬가지죠. 일루전 게임과 친해지려면 우선 게임에 대한 기대부터 버려야 합니다.
주인장이 인공소녀 시리즈를 달가워하지 않는 이유는 게임이 아니라 시뮬레이터이기 때문입니다. 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이 게임의 절반은 캐릭터 메이킹, 나머지 절반은 만들어 놓은 캐릭터를 데리고 노는 겁니다. 시리즈 숫자가 높아질수록 캐릭터 메이킹 옵션이 세분화되고 만들어 놓은 캐릭터 리액션에 다양해지는 것이 고작이죠. (그래픽 발전은 글쎄요 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게임들과는 달리 인공소녀 시리즈는 유독 전작과의 그래픽 차이가 심하지 않습니다.) 게임 내 스토리? 그런거 없죠. 이 게임은 만들어 놓은 캐릭터를 여기저기 데리고 돌아다니며 호감도 높여 붕가하는 것이 목적이니까요. 그래서 캐릭터를 만드는데 재미를 느끼지 못하면 이 게임과는 도저히 친해질 수가 없습니다.
사실 캐릭터 메이킹은 에로게 유저를 만족시키는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입니다. 아무리 다양한 속성의 히로인들을 투입한다 해도 에로게 유저의 욕구는 그보다 더 다양하기 때문에 모두를 만족시킨다는 건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나온게 캐릭터 메이킹. 원하는 속성의 캐릭터를 직접 만들어 써라죠. 개발사야 캐릭터를 기획하는 수고를 덜어서 좋고 플레이어는 입맛에 맞는 캐릭터를 직접 만들 수 있으니 서로 윈윈하게 되는 겁니다. 이거 좋아하시는 분들은 엄청 좋아하시던데 불행히도 주인장은 이게 싫습니다. 캐릭터를 직접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주인장이 좋아하는 스토리와 캐릭터성이 다 죽어버리기 때문입니다.
어떤 캐릭터가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스토리를 구성할 수 없다는 것은 그렇다쳐도 캐릭터성은 뭔소린가 하시는 분들이 있을 겁니다. 캐릭터 메이킹은 자신이 원하는 외모와 캐릭터 속성을 직접 지정할 수 있기 때문에 표면상으론 가장 완벽한 캐릭터성을 가진 히로인을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주인장이 얘기하는 캐릭터성은 스토리와 연관되거나 다른 캐릭터들과의 관계 속에서 자연스럽게 변화하는 제2의 개성을 말하는 겁니다.
한글 패치 덕분에 예전에 국내에 많이 퍼졌던 둥지짓는 드래곤을 예로 들어 볼께요. 수인족 소녀 유메는 속성은 소꼽친구같은 다정함과 약간의 얼빵함입니다. 인공소녀였다면 이런 속성이 끝까지 갔을테지만 둥드에서는 주인공과의 둥지 생활을 통해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후반부 류미스와의 대립에서는 당찬 아가씨의 면모를 나타내기도 합니다. 캐릭터 속성과 스토리가 서로 간섭하면서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인데 스토리가 없는 인공소녀에서는 이런 모습을 볼 수 없습니다. 호감도 변화에 따라 다양한 리액션에 존재하긴 하지만 이건 제작사가 미리 설정해둔 성격 시뮬레이션 조합이라 스토리가 깔린 상태에서의 감동을 기대하기는 힘듭니다. 기존 일루전 게임들도 스토리야 거의 들러리 수준이었지만 아예 없으니 게임이라는 생각조차 들지 않더군요.
스쿨메이트 때 잠깐 스토리쪽에 신경을 쓰더니 이후 작품들에선 그래픽과 시스템 커스터마이징 옵션을 계속 늘리면서 T-CAM같은 이상한 부가장치만 도입하더군요. 3D 그래픽 향상시키는 것도 좋고, 색다른 유저 인터페이스 채용하는 것도 좋지만 히로인과의 관계 형성이 주를 이루는 게임 장르에서 캐릭터의 매력을 부각시킬 수 있는 스토리 부분을 자꾸만 죽이면 어떻하냐는 생각이 자꾸 드네요. 이런 추세라면 후에 등장하는 일루전 라인업에선 '게임'이라는 단어가 빠질 날이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or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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