캉캉바니 시리즈

언제 망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몰락했지만 한때 F&C는 엘프, 아리스소프트와 함께 에로게 시장을 떠받치던 빅3 중 하나였습니다. 주력 브랜드인 페어리테일과 칵테일소프트 앞자를 딴 F&C는 1997년부터 사용했고 올드 게이머들에겐 이전의 회사명 IDES가 더 친숙합니다.

F&C는 다른 제작사에 비해 시리즈물이 많습니다. 캉캉바니, 커스텀 메이드, 립스틱 어드벤쳐, 버철 콜, 피아케롯에 어서오세요, 동창회 등 주옥같은 추억의 시리즈들이 즐비하네요. (대부분 엄한 속편을 남발해 끝이 좋지 않았지만) 시리즈 숫자 만큼이나 다양한 원화가가 참여했기 때문에 원화가 이야기에 쓸 자료를 정리하다 보면 관련 시리즈 정보도 자주 보게 됩니다. 그래서 간간히 이렇게 모인 시리즈물 정보를 포스팅하겠습니다. 원화가 이야기와 같이 보시면 나름 재미있을 겁니다. :)

이번에 포스팅할 시리즈는 칵테일소프트의 데뷔작이기도 한 캉캉바니(きゃんきゃんバニー) 시리즈. 1989년 1편을 시작으로 2000년까지 외전, 리메이크까지 포함해 총 9편이 제작되었습니다. 4편 캉캉바니 프르미에르 전까지는 80년대를 주름잡았던 천사들의 오후 시리즈와 게임 구성이 굉장히 비슷합니다. 처음엔 인기있는 시리즈를 베낀 아류작으로 시작했구나 생각했는데 자료를 조사하다 보니 칵테일소프트 자체가 IDES, 쟈스트의 공동 브랜드였습니다. (즉, 합작 형식으로 설립하고 제작팀을 공유해 게임을 내다가 후에 IDES로 편입되었습니다.) 천사들의 오후 제작 스텝들이 참여한 시리즈니 구성이 비슷할 수 밖에 없었겠죠.

캉캉바니 시리즈의 구성은 참 단순합니다. 죽어라고 여자는 밝히는데 유독 연애쪽으로 잘 안풀리는 주인공앞에 자신을 네비게이터라고 소개하는 미소녀가 나타납니다. 그리고 연애 대상을 소개해 주고 공략 정보도 알려줍니다. 주인공은 네비게이터의 도움으로 공략할 미소녀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호감도를 올려 마지막에 붕가로 제압하면 게임이 끝납니다. 참 쉽죠? ^^

딱히 스토리랄게 없을 정도로 단순한 구성이지만 당시 날리던 원화가들이 많이 참여해 지금 봐도 꿀리지 않을 정도의 멋진 그래픽을 자랑합니다. 여기에 다양한 직업군의 공략 대상은 물론 주인공을 도와주는 네비게이터의 외모나 성격도 상당히 매력적이라 스토리의 부재가 그리 큰 단점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뛰어난 캐릭터성이 그 부분을 충분히 매꿔주기 때문이죠. 특히 4편부터 등장하는 네비게이터 스와티는 아직까지 팬이 있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제 각 시리즈를 스샷과 함께 간단히 소개해 보겠습니다. 요약할 스토리가 있는 게임들이 아니므로 각 편의 특징과 원화가 정보만 간단히 적었습니다.






1989년 8월 10일에 PC-9801용으로 발매된 캉캉바니(きゃんきゃんバニー)는 시리즈의 첫 작품으로 아리코라는 네비게이터가 주인공의 연애를 도와줍니다. 원화는 엘프의 드래곤 나이트, 샹그리라 시리즈로 유명한 요시미 아키히로(好実昭博)가 맡았습니다. 이 작가는 성인 만화 잡지 파피포 표지를 오랬동안 그리기도 했죠. 89년작이라 도트가 크긴 하지만 캐릭터들은 지금 봐도 매력적입니다. 현재로서는 리메이크작이 있는 유일한 시리즈.






1990년 4월 16일에 PC-9801용으로 발매된 캉캉바니 스페리올(きゃんきゃんバニースペリオール)은 시리즈 2편으로 네비게이터 아리코가 다시 등장하지만 게임 원화를 여성 만화가 하야시야 시즈루(林家志弦)가 맡아 느낌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전작에 비해 공략 대상이 12명으로 늘어났지만 캐릭터들의 매력은 오히려 전작이 더 좋았다는 느낌.






1991년 8월 10일에 PC-9801용으로 발매된 캉캉바니 스피리츠(きゃんきゃんバニースピリッツ)에서는 원화가가 여성 일러스트레이터인 시라토리 레이코(しらとりれいこ)고 바뀌는 바람에 네비게이터 아리코 디자인이 또 달라졌습니다. (안좋은 방향으로) 비슷한 시기에 발생했던 사오리 사건의 여파 때문인지 국부 모자이크를 강화한 수정본이 따로 발매되었으며, 초판 제작 개수가 적어 몇 배의 프리미엄으로 중고가 유통되었다고 하네요.






1992년 7월 30일에 PC9801용으로 발매된 캉캉바니 프르미에르(きゃんきゃんバニープルミエール)는 시리즈 최고의 스타 스와티가 처음 등장했던 작품으로 1996년 4월 5일에 새턴으로 이식되었고, 그 해 말에는 Windows판이 발매되었습니다. (리메이크작이 아닌 단순 플랫폼 이식) 게임 원화는 아(あ; 오타 아님)가 담당했는데 첫 작품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의 그림 실력으로 많은 유저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1993년 6월 25일에 발매된 캉캉바니 엑스트라(きゃんきゃんバニーエクストラ)는 시리즈 중 스토리쪽으로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작품으로 1996년 9월 27일에 PC-FX 이식판인 캉캉바니 엑스트라 DX가 발매되었고 새턴판은 1997년 10월 9일에 나왔습니다. 유명 애니메이터인 타카하시 신야, 전작에서 스와티를 만들어 낸 원화가 아, 사모님은 여고생으로 유명한 만화가 고바야시 히요코가 공동으로 원화를 담당해 그래픽은 역대 최강이었습니다.






1994년 11월 11일에 PC-9801용으로 발매된 캉캉바니 리미티드5 1/2(きゃんきゃんバニーリミテッド5 1/2)은 시리즈 유일의 외전으로 네비게이터 후보생 사와디가 처음 등장하는 작품입니다. 원화는 로맨스는 검의 빛 시리즈로 유명한 토요시마 치하야(豊島ちはや)가 맡아 좋은 평가를 받았지요. 1997년 1월 31일에 Windows 이식판이 발매되었습니다. PC-9801판과 내용은 동일한 단순 플랫폼 이식.






1996년 12월 26일에 발매된 캉캉바니 프르미에르2(きゃんきゃんバニープルミエール2)는 한때 동인계를 주름잡았고 2D 미소녀 그림체의 완성형으로 수 많은 이미테이션을 양산했던 여성 일러스트레이터 미츠미 미사토(みつみ美里)의 에로게 원화 데뷔작입니다. 플레이해 보니 이 작가의 그림체는 데뷔작 때 이미 완성되었더군요. 새턴판이 거의 동시에 발매(1996년 12월 20일)된 점이 특징이라면 특징.






1997년 12월 12일에 발매된 캉캉바니1 프리모(きゃんきゃんバニー1 Primo)는 시리즈 중 유일한 리메이크작으로 1989년에 발매된 1편을 다시 만들었습니다. 풀 음성 지원에 그래픽을 일신했고, 일부 이벤트와 엔딩도 추가되었습니다. 지금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일러스트레이터 나키우사(啼兎☆)와 아마즈유 타츠키(甘露樹)의 초기작이라 더 기억에 남네요.






2000년 8월 25일에 발매된 캉캉바니6 i♥mail(きゃんきゃんバニー6 i♥mail)은 4년만에 등장한 속편인데 F&C 게임답지 않게 시스템이 불편하고 그래픽이 구려 묻혀버린 작품입니다. 천공의 심포니아 시리즈로 유명한 일러스트레이터 만게츠(滿月。)가 원화를 맡았는데 초기작이라 그런지 요즘 같은 미려함은 찾을 수가 없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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