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넘게 야한 글을 썼던 늙은 덕후의 딸감이 모여있는 곳

H・ERO

MISS EACH OTHER

MISS EACH OTHER

2004년 4월 30일에 발매된 오버플러의 풀 디지털 애니메이션 게임입니다.



주인공 시바 요우지와 히로인 모리 미사오는 어릴 적부터 함께 자란 소꼽친구. 사이가 좋아던 그들은 어떤 사건으로 서먹해졌고 고등학교 졸업반이 되서는 서로 못잡아 먹어 안달인 견원지간이 되었습니다. 졸업이 얼마 남지 않은 어느 날, 두고 온 물건이 있어 방과 후 교실로 향하는 요우지. 아무도 없는 교실에서 자위 미사오의 충격적인 모습을 보게 되는데...

데이즈 시리즈로 유명한 오버플로는 소프트웨어와 디지털 애니메이션을 전문적으로 제작하는 유한회사 STACK의 에로게 브랜드입니다. 1997년에 설립된 STACK은 초기에 F&C의 인기 타이틀 피아캐롯과 동창회 등을 콘솔로 이식했으며(NEC Interchannel 하청 일을 많이 했습니다.) 1999년에 자체 브랜드 오버플로를 런칭해 에로게 시장에 뛰어 들었습니다. 소프트웨어 개발사가 모기업이다 보니 게임 엔진은 STACK에서 만들고 오버플로 스텝들은 대부분 기획이나 시나리오, 그래픽쪽 일을 담당합니다. 제가 왜 이런 이야기를 하냐면 명색이 소프트웨어 개발사인 STACK의 엔진 개발 능력이 형편 없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주요 공적(?)을 한 번 나열해보면...

・퓨어메일(2000) - 수정 패치 10번
・스쿨데이즈(2005) - 수정 패치 11번, 총 패치 용량 2.3GB
・섬머데이즈(2006) - 수정 패치 9번, 리마스터 버전 재배포

심한 경우만 나열했는데 나머지 게임들도 4~5번의 패치는 기본입니다. 인터페이스는 자체적으로 개발하지만 엔진은 아쥬의 rUGP를 고쳐 사용한다고 들었는데 저렇게 버그가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아 포팅 실력이 별로인 것 같습니다. 게임 전체가 애니메이션으로 구성된 스쿨데이즈 버그가 특히 많았는데(섬머데이즈는 마스터링 오류로 문제가 된거지 엔진 자체는 괜찮은 편이었습니다.), 이거보다 더 심한 작품이 하나 있었습니다. 제목은 MISS EACH OTHER, 2004년 4월 30일에 발매된 풀 디지털 애니메이션 게임으로 인터페이스면에선 스쿨데이즈의 프로토타입격인 작품입니다.

이제 주인장과 함께 어떤 게임인지 몇 장과 스크린샷과 함께 살펴 보겠습니다. 게임의 장점과 단점을 중심으로 주인장의 감상을 적어 보겠습니다.

MISS EACH OTHER
MISS EACH OTHER
어렸을 때는 소꼽친구, 지금은 견원지간이 된 주인공과 히로인

MISS EACH OTHER
MISS EACH OTHER
화면 연출은 왠만한 애니메이션 이상입니다.

풀 디지털 애니메이션 게임 답게 처음부터 끝까지 잘 움직이는 것이 최대의 장점입니다. 이런 종류의 선배격인 바이퍼 시리즈는 선택문이 나타날 때 화면이 멈추지만 이 게임은 사용자가 대답을 선택하건 말건 무조건 진행됩니다. 타이밍에 맞춰 대답을 선택하면 해당 루트로 게임이 진행되지만 그냥 놔두어도 알아서 다음 장면(주로 베드엔딩)으로 넘어갑니다. 즉 시작하고 가만히 보고 있어도 알아서 스토리가 진행되어 엔딩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아무 것도 선택하지 않았으니 중간에 삼천포로 빠지지만 그냥 애니메이션 한 편 본다는 생각으로 팔장끼고 있어도 되는 게임이라는 소리입니다.

MISS EACH OTHER
MISS EACH OTHER
백로그 같은 기본적인 기능은 제공합니다.

MISS EACH OTHER
MISS EACH OTHER
썰렁하기 그지없는 옵션 화면. 인터페이스도 불친절합니다.

스킵이 없는 대신 애니메이션 재생 속도를 1.5에서 4배까지 조절할 수 있으며 백로그나 음량 조절같은 기본적인 옵션은 제공됩니다. 인터페이스는 만화책과 애니메이션을 섞어 놓은 것 같이 컷 단위로 독특하게 구성되어 있지만 재생 속도를 조그만 높여도 하드를 엄청 혹사시키고 최적화 문제인지 빵빵한 시스템에서도 화면이 자주 밀립니다. 여기에 화면 전환 속도까지 느려 짜증 만땅. 게임이 짧았기 망정이지 스쿨데이즈처럼 길었다면 중간에 포기했을 겁니다.

MISS EACH OTHER
MISS EACH OTHER
만화 컷 같은 화면 연출은 정말 볼만합니다.

MISS EACH OTHER
MISS EACH OTHER
이벤트를 장면 단위로만 볼 수 있어 불편합니다.

무겁고 느린 시스템과 더불어 이 게임의 또 다른 단점은 플레이 시간. 이 게임은 초반에 등장하는 담임 선생을 제외하고 주인공 요우지와 히로인 미사오 달랑 2명만 나옵니다. 그리고 배경 역시 방과 후 교실이 전부. 게임 내 시간도 빈 교실에서 주인공과 히로인이 만나는 1~2시간이 고작입니다. 문제는 플레이 시간도 비슷하다는 사실. orz 붕가로 미사오와 마지막 추억을 만들고 행복한 졸업식을 맞이해도 길어야 2시간이면 족합니다. 기가막힌 볼륨이죠. 그나마 연출과 애니메이션 퀄리티라도 안좋았으면 본전 생각에 패키지 끌어안고 울었을 겁니다.

MISS EACH OTHER
MISS EACH OTHER
니시다의 미려한 원화가 고스란히 화면에 담겨 시각적 즐거움은 굿!

원화는 오랬동안 성인 만화 잡지 메가스토아 표지를 그리고있는 유명 일러스트레이터 니시다(西E田). 오버플로 게임 원화만 담당하는 그의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화면 내에서 잘 움직입니다. 솔직히 연출이나 애니메이션 퀄리티는 1년 후에 발매된 스쿨데이즈보다 훨씬 좋습니다. 움직임은 말할 것도 없고 붕가씬도 웬만한 OVA에 필적할 수준이라서요. 짧은 플레이 시간이지만 보는 내내 눈이 즐겁다는 것이 이 작품의 유일한 장점.

MISS EACH OTHER

니시다의 팬이 아니라면 그리 추천할 만한 게임이 아니지만 스쿨데이즈의 게임 엔진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를 볼 수 있는 레퍼런스라는 데 의의를 두고 싶습니다. 애니메이션 연출은 데이즈 시리즈보다 훨씬 좋으니 난 잘 움직이기만 하면 오케이! 하시는 분은 한 번 잡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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