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 단면도에 대한 단상
일본 성인용 콘텐츠에서 빠지면 섭한 자궁 단면도에 대한 잡담입니다.
언제부터 유행이 된지는 모르겠지만 성인만화나 야겜, 야애니에 삽입과 질내사정 장면을 투시도처럼 표현하는게 유행이 되었습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는지 일본 검색 엔진에서 자궁 단면도(子宮 断面図)로 검색하면 해부도 대신 야한 이미지만 잔뜩 뜹니다. orz 처음에는 징그러운데다 이런 해부도(?)를 봐서 뭐하냐 싶었는데 하도 많이 접하다 요즘은 안 나오면 오히려 뭔가 빠진 느낌까지 들게 되었습니다. 역시 자주 접한다는 건 무섭네요. 성인만화나 동인지로 한정한다면 자주 등장하는 연출이...
보통은 삽입 장면 확대인데,
화끈하게 질내사정을 강조하기도 하고,
위치까지 리얼하게 묘사하기도 하고,
배경으로 활용(?)하기도 합니다.
참고로 자궁을 향해 힘차게 발사하는 저런 장면들은 전부 구라입니다. 생물학에서 사용되는 해부도를 보면 자궁 위치는 질과 각도가 달라 자지가 길더라도 질벽을 때리지 자궁까지 직접 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하더군요. (곡예 수준의 체위에선 가능할 수도 있다는데 이건 성교의 범위를 넘어선지라) 실제 성교 장면을 MRI로 찍은 영상(관련 링크)을 봐도 자궁에 직접 쌀 수 있는 구조는 아니죠. (이거 찍을 발상을 한 의료진들이 더 대단)
그런데 이런 묘사는 현대 일본 성인물에서 시작된 것이 아닙니다.
일본 전통 회화 양식의 목판화 우키요에(浮世絵) 중 남녀간의 음란한 행위를 다룬 작품들을 마쿠라에(枕絵)라고 합니다. 위 그림은 마지막 마쿠라에 화가라고 불리는 토미오카 에이센(富岡永洗)이 그린 춘화인데, 요즘 연출과 아주 흡사하죠. 작가는 1905년에 사망했고 주로 활동하던 시기가 1890년경이니 100년도 넘은 작품인데 저때부터 일본의 변태적인 상상력은 빛을 발하고 있었습니다. :)
여담이지만 위와 같은 에도 시대의 춘화 마쿠라에는 표현이 상당히 적나라하지만 규제가 아예 없던 것은 아닙니다. 여기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지요. 현대에도 일본은 포르노 매체에서 성기를 직접적으로 노출시킬 수 없습니다. 그래서 거기에 모자이크를 입히거나 젓은 천 같은 것을 대고 행위를 벌이기도 하죠. (혹자는 이게 더 에로틱하다고...) 그런데 당시 춘화에도 성기 노출은 금지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판매상들이 생각해 낸 것이 김이나 미역같은 해초로 만든 천연 모자이크. 이겐 뭔소리냐면 김이나 미역을 엮어 가리개 비슷하게 만들어 마쿠라에의 중요 부위에 붙여 판매했다고 합니다. 관리들이 단속할 때는 그걸로 다 가렸다고 보여주는 거죠. 그런데 그 천연 모자이크(?)는 아래에서 물을 끓여 김을 올리면 다 풀어져서 그림에서 깔끔하게 떨어집니다. 중세 시대의 노모 만들기 노하우라고 할 수 있죠. 이렇게 춘화에서 음부를 가리는 방식을 藻細工이라고 하는데 이걸 히라가나로 읽으면 모자이쿠(もざいく)가 됩니다. mosaic가 발음이 같아 이게 어원이라는 도시전설 같은 주장도 있지요. (실제로는 고대부터 사용되었던 미술 용어)
현대 성인물에서는 언제부터 사용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주인장이 기억하는 가장 오래된 작품은 지금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유명 성인만화가 유진(遊人)의 궁극의 쉐프는 미식가 파파(究極のシェフは美味しんぼパパ; 위쪽)와 교내사생(校内写生; 아래쪽)입니다. 둘 다 1989년 작품이죠. 지금처럼 적나라하지는 않지만 28년 전에 저런 식의 질내사정 묘사를 생각해 냈다는 게 참 놀랍네요.
2D에 심취한 오타쿠일수록 3D에 약해 종족보존 레이스에 뒤쳐지고 만다는 조바심에 대한 대리만족 같기도 하지만(콘돔 없이 안에 싸는 모습을 확실하게 보여주니) 개인적으로는 밋밋한 삽입 연출을 다양하게 보강(?)할 수 있어 작가들이 즐겨 그리는 것 같습니다. 체위와는 다르게 삽입 모습은 자지가 꽂혀 있는 형태 밖에는 못 그리니까요. 처음에는 색다르게 넣는 장면을 표현할 수 있네 하면서 너도나도 그리다 보니 지금까지 오게 된 것 같습니다. 아님 말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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